오늘, 하나님을 선택하라 글 김선아(3. 6 말씀 묵상)
내 생의 마지막에 나의 아이들에게 전할 말을, 생각해 본 지가 오래에요. 문득문득 차오르는 상념 안에서 이 정도는 적어놔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적어둔 말들은 주변 정리에 가깝더라고요. 남은 물건의 정리, 돌려줘야 할 것들의 방향, 미처 전하지 못한 것만 같은 마음들… 아직은 소유하는 것이 기꺼운 인생이어서 그럴까요. “마지막 예배”라는 말씀 앞에, 생의 마지막 순간에 미래 세대를 위해 당부하는 여호수아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워 졌습니다.
여든이 되어서야 하나님을 믿으신 어느 성도님이, 하나님을 모르던 인생이었지만 돌아보니 하나님의 은혜로 아이들을 잘 키웠다고 고백하셨답니다.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나의 자서전을 쓴다면 하나님을 주어로 쓸 수 있어야 한다고요. 그 말을 듣고서 ‘아, 나는 그런가? 나는 요즘 모든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온전히 인식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게 되더라고요. 시원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어진 건, 얼마 전에“이만하면 괜찮다.”라는 이야기를 가까이 지내는 사람에게 말했던 기억에서요.
남들은 새로운 일을 찾기 힘들다고 하는 이런 시국에, 그래도 우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남편들은 직장이 위태롭거나 하지 않고, 아이들은 그래도 이만큼 컸으니, 나쁘지 않다며. 모든 것을 그저 있을만 해서 있는 것으로, 운으로 말했더라고요. 그이가 믿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유로, 나 또한 믿지 않는 이를 이해한다는 핑계를 따라, 세상의 말을 습관적으로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변하지 않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하나님 앞에서 고결하고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더라고요. 지쳐서, 바빠서 뒤로 밀리고 밀린 경건의 훈련은 이제는 아이들이 더 꾸준할 정도가 되었고요. 이래서야 내가 아이들 앞에서 신앙의 리더로 설 수 있을까? 그런 자괴감과 기만으로 가득 차 버린 것만 같은 요즘의 나날에 갑자기 마음이 픽-, 하는 소리를 내며 푹 내려 앉아버리는 것 같았어요. ‘아, 나 어쩌지.’하는 마음으로 물에 둥둥 떠 있는 느낌?
금요일 아침까지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커서, 멍하니 앉아 써지지 않는 글을… 솔직하지 못한 말들을 썼다 지웠다가. 자판만 만지작거리다가, 뚱한 마음으로 툭 뱉어 버렸어요. 나 그래도 하나님 진짜…좋아해요. 내가 다른 길을 따라 걸어갔대도, 나는 언젠가 당신을 만났을 거에요. 내가 가끔은 이렇게 길 잃은 사람처럼, 멍하게 앉아 있다 하더라도요. 내 결국은 하나님뿐이었을 거에요. 오늘, 또 하나님을 선택했을 거에요.
그렇게 언젠가, 내 생의 마지막에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말할 테지요. 하나님을 선택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