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새기는 마음

작성자: 김선아님    작성일시: 작성일2022-03-05 15:53:50    조회: 57회    댓글: 0
 

 

 

사랑을 새기는 마음                   글 김선아(2.27 말씀 묵상)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것 같지만, 이번 주일에 저희 둘째가 잠옷을 입고 교회에 갔습니다. 알록달록 연두색의 파자마를 입고, 그 위에는 롱패딩을 입은 채 말이지요준비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던 둘째가 짜증과 울컥함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옷이 없다고 소리를 높이더군요.

 

  서랍 가득, 정갈하게 접어둔 옷은 무엇인지, 그럼 네가 어제까지 입은 것은 옷이 아닌지, 어제까지는 따갑지도 않고 마음에도 들어서 입던 옷들이 간밤에 다 사라진 게 아닌데도 옷이 하나도 없다는 막무가내 짜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가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은 제 자신을 누르고, 숱한 감정을 삼키며 아이에게 말을 이었습니다.

 

  교회에 가기 싫구나, 그런데 안 갈 수는 없는데엄마가 옷을 골라주는 것도 싫으면 네가 옷을 고를 때까지 기다릴게. 그렇게 가끔은 아이를 보다가, 책을 조금 읽다가 5

마다 물어봤어요. “골랐니? 아니. 저건 어때, 자주 입었잖아. 저건 뒤에 단추가 있어서 싫어. 그럼 저건? 저건 따가워, 이것도, 이것도 다 따가워! 그래, 그럼 조금 더 골라봐.” 그렇게 20분 정도 기다리다가 더는 기다릴 수 없는데, 아직 못 골랐느냐는 말에 아이는 또, 입을 꾹 다물고 울컥 짜증을 부립니다. “그래, 그럼. 잠옷 입고가. 안 갈 수는 없는데, 넌 옷이 없는 거잖아. 그렇지?”그러자 재빨리 잠옷 위에 잠바를 입고 따라나서더라고요. 조금만 누르지 않았다면 버럭, 화를 냈을 것 같아요.

 

  하지만요능숙하게 다룰 수 없던 여러 가지 감정들이 따스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외롭게 내쳐지는 데 익숙하기만 하던 나의 어린 날. 그 어린 날들이 제 삶에 어떤 궤적을 남겼는지 너무도 잘 알아서, 가끔 아이들의 행동들에 과민하게 화가 날 것만 같은 때에는 잊히지 않고 남아버린 그 궤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고 싶었던 외로움을 떠올립니다. 나는 그때, 사실은 어떤 말을 듣고 싶었을까? 그래, 넌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싶은 거구나. 널 사랑해,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네 삶에서 나라는 사람이 정말 멋진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걸어간 길을 너도 걸어갈 수 있도록 말이야.

 

  사랑은 성내지 않습니다. 성급하게 잘라내지 않으며.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익숙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혹여나 생겨버린 분노를 생명을 살리는 데 쓸 수있도록 돕는 마음입니다. 말씀대로, 바라고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번뜩이는 분노를 마음에 새기고 새겨 외로워하기 보다는 사랑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만 쓰기 위해, 간절하고 애달픈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만 마땅한 분노를 머리에 새기겠습니다. 그렇게 강한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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